2001년도에 산후조리원에 있던 아이가 장염으로 사망하면서 사회문제화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병원에서는 호흡기 증세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기자들은 우리 병원으로도 달려와서 이런 질문을 하였었다.
"호흡기 균은 어디에서 옮아 온 것 인가요 ?"
누구나가 병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특히나 감염때문이라면 누구로부터 또는 어떤 매개체로부터 균이 옮아왔는지 궁금해 한다. 이러한 궁금증은 지금까지 정황 증거만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좀더 명확히 원인-결과 관계를 알수 있게 될 듯 하다.
미국연방수사국은 테러목적으로 2001년 우편물로 배송된 탄저균이 미국 육군 연구소의 한 연구자가 연구하던 탄저균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테러의 용의자로 브루스 이빈스를 지목하였다. 두 균주가 같은 것임을 미국연방수사국이 확인한 원리는 매우 간단하였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후손들에게 DNA로 된 유전자를 넘겨주며 이 과정 중 사소한 오류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돌연변이도 후손들에게 유전하게 되는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전자 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돌연변이를 비교하여 유전자가 어떤 균주로 부터 온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연구에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탄저균은 1981년에 죽은 소에서 추출한 에임스라는 균주이다. 이 균주는 탄저균 연구를 하는 미국이나 유럽 연구소로 분양되었고, 각 연구소로 보내진 탄저균은 배양되면서 연구소 특이적인 돌연변이도 발생하였다. 미국연방수사국은 우편물로 배송된 탄저균과 에임스 균주를 비교하여 네 부위에서 염기서열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각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1,000여개의 샘플을 분석하였고, 8개 샘플이 일치하는 것을 2007년에 알게
되어 브루스 이빈스 연구소로 접근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 기술은 이미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1984년 적용되기 시작한 유전자 지문 감식기술 또한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 것으로 기술이 적용된 이후 범인 검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이러한 기술은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관계만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지 않은 친자관계도 확실하게 해준다. 현재의 친자관계만이 아니라 몇 만년전의 인류조상과 후손과의 관계도 복원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뼈 조각에서 추출한 세포에서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머리 색깔을 유추해내는 것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점차 확대되어 이제는 돌연변이를 찾아내어 원인 균주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 방식은 유효하게 진행 중이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국내에서 닭을 폐사시킨 원인 균이 조류독감이라는 것은 확인하였지만, 이것이 시베리아에서 왔는지, 중국 남부에서 왔는지 아니면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다시 유행한 것인지는 알아내지는 못하였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각 시기와 지역별로 유행한 조류독감의 염기서열을 분석, 비교하면 되는데 아직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유전자 지문 감식기술처럼 이러한 작업도
평범한 것이 되어 조류독감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쉽게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염기 서열비교방식은 시간이 많이 들고 지루한 작업이다. 2001년도에 발생한 것을 2007년도에 확인하였으니 말이다. 미국연방수사국에서 탄저균의 차이점을 확인한 방식은 이러한 염기서열만이 아니라 질량분석기도 활용하였다. 질량분석기란 말 그대로 분자의 질량을 재는 기기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부위는 분자 질량이 다를 것이기에 핵산 파편의 질량을 비교하여 균주가 동일한 것인지 몇 시간내에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얼마 후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어 '호흡기 균은 어디에서 옮아 온 것인가요'라고 묻는 분들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증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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